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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화장실이 그나마 안전"…내몰리는 '여성 노숙인'

입력 2021-10-0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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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일) 밀착카메라는 거리를 돌면서 노숙인들을 만나 봤습니다. 그런데 남성 노숙인들은 많이 만날 수 있었지만, 여성 노숙인들은 잘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를 배양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곳은 용산역 고가도로 밑입니다.

샛길을 통해서만 올 수 있는 곳인데, 홈리스들이 그나마 밤을 보낼 수 있는 텐트촌이 마련돼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들어가 보겠습니다.

텐트 안에 두꺼운 이불을 쌓아뒀습니다.

비닐을 여러 겹 덧대 집처럼 만든 곳도 있습니다.

[용산역 텐트촌 거주민 : 서울역보다는 여기가 편하지.]

그런데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남성입니다.

[용산역 텐트촌 거주민 : (여기는 여성분들은 없나요?) 여자분들은 없죠. (왜요?) 여기 남자만 있는 데예요.]

여성 노숙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기차를 기다리는 역사 내 맞이방으로 가 봤습니다.

머리가 희끗한 여성 노숙인이 의자에서 쉬고 있습니다.

[노숙인 지원단체 '프레이포유' 활동가 : 간식 좀 하나 드리고 가려고. 잠을 못 주무셨나 봐.]

활동가의 말에 피곤한 듯 제대로 답을 못합니다.

[노숙인 지원단체 '프레이포유' 활동가 :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고 계세요? (응.) 하나님의 집에서 드세요? (응.)]

새벽엔 맞이방이 문을 닫아 바깥에서 자다 보니 추위에 잠을 설쳤습니다.

또 다른 여성 노숙인은 아예 앉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노숙인 지원단체 '프레이포유' 활동가 : 오늘 왜 이렇게 다들 잠을 못 주무셔서 컨디션들이 안 좋아.]

활동가가 건넨 피로회복제를 들이켠 뒤에야 겨우 입을 뗍니다.

밤공기가 추워도 텐트촌에는 가지 못했습니다.

[용산역 여성 노숙인 : 거기는 남자랑 같이 사는 사람이나 있지, 못 있어. 불편하기만 해? 위험하지.]

봉변을 당한 적이 있어서입니다.

[용산역 여성 노숙인 : 와서 괜히 발목도 잡아보고 손도 잡고 사람 깜짝 놀라서 자다가 깨고. (맞이방 안은) 공개적이잖아. 그래서 낫고.]

영등포 쪽방촌 근처에서도 여성 노숙인은 보이지 않습니다.

[영등포 쪽방촌 주민 : 여기는 거의 남자들밖에 없어요. 나와 있는 여자들은 다 자기 집 있어요.]

한참을 헤매다 인근 홈리스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여성 노숙인을 찾았습니다.

여자 화장실에서였습니다.

[임명희/영등포 광야홈리스센터 대표 : 왜 여자화장실이냐면, 제일 안전해요. 남자들이 좀 안 들어오니까.]

인터뷰를 하던 와중에도 갑자기 화장실 앞에서 소란이 벌어집니다.

[영등포 쪽방촌 노숙인 : (조심하세요, 선생님.) 이리 와. 여기 덮고 있는 이불 가져가려고 했잖아.]

화장실에서 쉬던 재숙(가명) 씨는 노숙 생활 10년 동안 노하우가 생겼다고 말합니다.

[재숙 (가명) : 영등포 쪽방촌 여성 노숙인 노숙은 다 그래요. 이렇게 (쉿) 하고 살고. 남의 일에 참견 안 해요. 안 싸워요.]

장기 생활시설에 들어가면 비교적 안전합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면 그마저도 어렵습니다.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미영(가명) 씨도 그랬습니다.

[미영 (가명)/서울역 여성 노숙인 : (선생님께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몰라요. (잘 모르시겠어요?) …]

[조국일/서울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사회복지사 : 예전에 정신과 진단받으신 분인데, (생활시설에 들어갔다가) 다시 거리로 노숙하시는 경우(입니다.) 단체생활 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여성 노숙인 중 정신질환을 앓는 비율은 절반 가까이 됩니다.

하루 단위로도 머물 수 있는 임시 쉼터가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서울시 안에 여성 노숙인이 갈 수 있는 곳은 네 곳 중 한 곳에 불과합니다.

[재숙 (가명) : 영등포 쪽방촌 여성 노숙인 어디나 여자 쉼터는 (없다.) 여자들 한두 명 때문에 방을 비워 줄 수 없다고 해서.]

거리로 나선 이들 중에서도 여성 노숙인들은 가장 끝자락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건 잠시 안전하게 몸 뉘일 쉼터 한 곳일 겁니다.

(VJ : 최효일·이원석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인턴기자 : 이해람·오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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