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오르자 월세도 올라 “열풍기조차 못 켜요”...쪽방촌의 얼어붙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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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1.27. 오후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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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 된 변기물 연일 한파가 지속하는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공용화장실 변기에 누수가 발생해 고드름이 길게 붙어 있다. 박윤슬 기자


■ 한파·난방비·화재위험 ‘3중고’

“물 안나와 라면조차 못 끓여”

보일러·수도관 동파 비일비재

“전기료 부담에 전기장판 안켜”

옷 여러겹 입고 냉골방서 생활

가연성 물질 많아 화재에 취약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난방비 2만 원 올리면, 우리는 집을 나가야 할지도 몰라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쪽방촌 60대 주민 A 씨는 26일 기자와 만나 “며칠 전 집주인으로부터 난방비가 올라 월세를 2만 원 더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23만 원인 한 달 월세가 25만 원으로 오르는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2만 원은 너무나도 큰돈”이라며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최근 계속되는 한파에 전기료와 난방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쪽방촌 주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20일 발생한 강남 구룡마을 화재로 화재 불안까지 느끼면서 주민들은 지독한 ‘삼중고’에 처한 상황이다.

이날 오후 찾은 영등포 쪽방촌과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는 한파로 수도와 보일러가 동파된 집이 많았다. 여러 겹의 핫팩 옷을 입은 영등포 쪽방촌 수도계량기는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얼어붙어 작동을 멈췄다. 주민들은 “물이 안 나와 라면도 못 끓이고 빨래도 못 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돈의동 쪽방촌 주민들은 동파된 보일러 호스 속 얼음을 맨손으로 깨고 녹였다. 보일러가 동파돼 집이 냉골인데도 주민들은 전기 난방기구를 켤 엄두도 못 냈다. 급등한 전기료와 난방비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영등포 쪽방촌 주민 김모(72) 씨는 “보일러가 고장 나 전기장판과 열풍기로 버티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돈 때문에 자주 켜지 않는다. 너무 춥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일부 집주인들이 오른 난방비에 따라 월세 상승을 요구하기도 해 아낄 수밖에 없다”며 생활비를 걱정했다.

돈의동 쪽방촌상담소 관계자는 “동파로 인한 보일러 교체 및 수리는 전적으로 집주인에게 달려 있다”며 “난방비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에서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조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자, 주민들의 화재 우려도 커지고 있다. 쪽방촌의 구조가 지난 20일 화재피해로 96세대 중 44세대가 소실된 구룡마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영등포와 돈의동 쪽방촌은 구룡마을과 함께 화재경계지구(화재 발생 위험이 큰 지역)에 속한다. 1m 안팎의 좁은 골목과 집 안팎에 즐비한 스티로폼·택배상자 등의 가연성 물질 등이 세 쪽방촌의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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