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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쪽방촌 541세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헤럴드경제 201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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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길사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354회   작성일Date 15-04-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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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쪽방촌 541세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헤럴드경제=이지웅ㆍ양영경 기자] “쪽방촌 얘기가 나오면 흔히 달리는 댓글이 있어요. ‘왜 열심히 일 안 하냐’, ‘월세 싼 지방 놔두고 왜 서울살이 하느냐’”

7년째 영등포 쪽방촌 치안을 살피는 영등포역전파출소 정순태(53) 경위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말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악한 형편에 3.3㎡(1평)짜리 쪽방 월세로 20∼30만원이나 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주민들이 게으르다고 타박받는다는 것이다. 

 

 

 

 영등포 쪽방촌에 8년째 살고 있는 정모(61) 씨의 방. 그는 기초수급자로 47만원을 받아 30만원을 월세로 낸다. 정 씨는 “돈을 모아 다른 곳으로 이사한다고 해도 월세를 낸 뒤 다른 의식주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그래도 쪽방촌에선 갑자기 먹을 것이 떨어지면 도움을 구하러 갈 곳이 있다”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 ana@heraldcorp.com

 


541세대, 약 600명이 이곳 쪽방촌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이유는 이곳엔 ‘밥’과 ‘의사 선생님’ 같은 복지가 있기 때문이다.

쪽방살이 5년차 정모(61) 씨는 7살 때 부모를 잃고 고향 부산을 떠나 서울 잠원동 성심원에서 자랐다.

17살부터 봉제기술자로 일했고, 30살 후반부터 막노동을 시작했지만 눈은 침침해지고 몸은 갈수록 상해갔다. 정 씨는 일반수급 47만원 중 30만원을 쪽방 월세로 쓰고 있다. 하지만 쪽방촌은 정 씨가 택한 마지막 공간이다.

“급할 때 토마스의 집이나 광야교회에서 밥을 먹을 수 있어요. 최소한 배를 곯지 않는 거에요. 다른 데는 이런 곳이 거의 없어요.”

쪽방촌 8년차 최모(72) 씨는 심한 통풍으로 일을 하지 못한다. 그는 전라도 고향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지방에는 병원이 없어 치료를 받으려면 광주 시내까지 나와야 한다.

그는 “그렇게 되면 오고가는 교통비로 방값을 제외한 나머지 생활비를 모두 축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월세 부담이 더 많다고 해도, 병원과 가까운 쪽방촌이 더 낫다.

이들이 쪽방을 떠나지 못하는 데는 이웃 간의 정(情)도 큰 이유를 차지한다.

지난 2013년 6월 서울 서대문에 있는 임대주택에 들어간 송모(71) 씨는 ‘쪽방촌 출신’이라는 주변의 수군거림과 ‘너는 너, 나는 나’ 같은 생활에 신물이 났다. 정 경위는 “일반 아파트 주민은 임대주택 주민과도 어울리지 않으려고 하는데 쪽방촌 출신이라면 오죽하겠나”라고 말했다. 결국 송 씨는 이사 간 뒤에도 계속 쪽방촌 이웃들을 찾다, 결국 반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정병창(45) 광야교회 사무국장은 “쪽방촌 사람들은 자식과도 연락이 안 되는 외로운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건강이나 경조사 등 서로를 챙기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 60∼70%는 기초수급에 의존하는 독거노인이거나 장애인, 병들어 일할 수 없는 이들이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막노동이나 파지줍기를 한다. 쪽방촌 30년차 송병구(57) 씨는 원래 구걸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요셉의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사람이 변했다. 최근에는 요양사 자격증도 땄다.

“취업하기 쉽지 않지만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라며 “쪽방촌 사람들이 게으르다는 것은 편견일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유선종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영등포는 이미 쪽방촌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복지를 계속 제공하고 있지만 쪽방과 전혀 관련없는 지방에서는 이런 복지 제공의 유인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우리가 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옥 영등포 쪽방상담소장은 “쪽방에 있는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자원이 없다. 지방에는 사회복지 자원이 더 없으니 더 삶이 열악하다”고 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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