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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특집]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 “소외된 이들의 친구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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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길사   조회Hit 19   작성일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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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르포//영등포 쪽방촌의 이웃 ‘사막에 길을 내는 사람들’ 

35년째 영등포 쪽방촌에서 노숙인들 밥 먹이고 자립 도와

코로나19로 죽음 마주한 이들… “교회가 거리로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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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사막에 길을 내는 사람들이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과 노숙인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며 성탄의 기쁜 소식을 전했다.

 

“추운 겨울날, 개미는 배고픔과 추위에 떠는 베짱이를 집으로 맞아들이고 자기가 먹을 것을 나눠줬습니다. 개미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한 베짱이는 게으르던 지난날을 뉘우치고 성실하게 살았답니다.”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의 여러 결말 중에서 이런 훈훈한 이야기가 가장 인기 있는 건 불쌍한 이들을 선뜻 돕고자 하는, 누구나 마음 한켠에 가지고 있는 선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동화와 같은 아름다운 결말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자기를 희생해 남을 돕는 ‘개미’도,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베짱이’도 도통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어쩌다 이런 소식이 들려오면 신기한 이야깃거리가 되곤 한다.

35년 전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서 시작돼 지금까지 전해져오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귀에 들려왔다. 거리의 노숙인들과 뒹굴며 매일 공짜로 밥을 먹여주고, 공부도 시켜주고, 집도 얻어주는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거기엔 원래 노숙인이었다가 지금은 사회복지사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는 ‘베짱이’ 같은 등장인물도 있단다. 가난하고 병든 자, 소외된 자들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현실판’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지난 10일 귓가에 스치는 바람이 점점 차가워지던 초겨울 이른 아침, 사막에 길을 내는 사람들(이사장:임명희 목사, 이하 사길사)을 방문하기 위해 카메라와 수첩을 챙겨 영등포역으로 향했다.

벼랑에 내몰린 사람들

영등포 경인로 일대에는 1960년대에 형성된 집창촌이 정부의 단속으로 점차 축소되면서 80년대 후반부터 가난한 이들에게 세를 주는 쪽방촌이 생겨났다. 말 그대로 한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크기의 ‘쪽방’ 441개 실이 빼곡히 밀집한 쪽방촌. 윤락업소를 운영하던 포주와 여성들을 비롯해 노숙인, 전과자 등 삶의 터전에서 실패자로 전락하고 막다른 기로에 선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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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경인로 일대에는 1960년대에 형성된 집창촌이 정부의 단속으로 점차 축소되면서 쪽방촌이 생겨났다. (사진=사길사)


30년 넘게 서울에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보긴 했지만 깊숙이 들어와 본 것은 처음이었다.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은 건물들이 오랜 세월을 힘겹게 버텨내고 있었고 슬쩍 들여다본 담장 너머에는 건물의 크기와 어울리지 않게 많은 문들이 달려있었다. 골목에 풍기는 악취가 코를 찔렀고 마주치는 사람들은 아무런 의욕이 없거나 아니면 사나워 보였다. 책과 뉴스에서 보던 산업화의 그늘과 벼랑에 내몰린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현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


사길사 건물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코로나19 때문에 무료급식소 운영이 중단됐지만 점심 즈음 나눠주는 도시락을 받기 위해 일찍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사길사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임예은 방송국장이 도시락 준비가 한창인 식당 안으로 안내해줬다. 막 지은 구수한 밥 냄새가 거리에서 맡은 악취를 잊게 해줬다. 오늘의 메뉴는 ‘김치제육덮밥’이었다.


“35년째 이어지던 무료급식이 코로나19로 인한 규제 때문에 처음 중단됐어요. 그나마 도시락은 가능해서 점심과 저녁에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에게 식사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메뉴는 주로 따뜻한 국밥이나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덮밥 같은 걸 준비하죠. IMF 시절엔 매일 1,500인분의 밥을 제공했는데 지금은 150명 정도로 줄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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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무료급식소 운영은 중단됐지만 쪽방촌 주민들과 노숙인들을 위한 도시락 나눔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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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길사 홈리스센터에서 생활하는 50여 명의 입소자들은 매일 다른 노숙인들에게 나눠줄 식사준비를 돕는다.

주방에는 조리를 맡은 사람, 식자재를 나르는 사람, 간식거리를 포장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부분 봉사자겠거니 짐작하던 차에 임 국장이 그들을 ‘입소자’라고 소개했다. 사길사 홈리스센터에는 거리에서 생활하던 50명 남짓한 노숙인들이 입소해 숙식을 제공받고 있었다. 매일 다른 노숙인들에게 나눠줄 식사준비를 돕고 있는 이들은 상담, 치료, 장학금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오랜 거리 생활을 청산하고 사회복지사가 됐다는 최연주 씨(39세, 남)에게 다른 이들을 돕는 이유를 묻자 “어려운 상황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의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외면할 수가 없다”고 대답하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아원 출신으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영등포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곳 쉼터 생활을 하던 중에 하나님을 알게 됐고 신앙생활을 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됐죠. 자립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사길사의 장학사업을 통해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딸 수 있었습니다.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된 것 같아요.”

올해 3월 홈리스센터의 정식 직원이 된 최 씨는 입소자들의 백신 접종을 돕고 자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여러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인생에 더 극적인 순간은 따로 있었다. 바로 봉사활동을 하러 왔던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 4년 전 그는 사길사 합동결혼식을 통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노숙인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던 결혼이었다. 최 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개미와 베짱이’의 훈훈한 결말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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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거리 생활을 청산하고 사회복지사가 된 최연주 씨는 올해 3월 홈리스센터의 정식 직원이 되어 노숙인들을 돕고 있다.


“죽기 전에 나한테 알리고 죽어”
“죄와 슬픔 몰아내고 다 구원하시네 다 구원하시네 다 구원 구원하시네.”

어느덧 다가온 점심시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시락을 수레에 싣고 조금 걸어가다 보니 사길사 찬양팀의 성탄찬양이 들려왔다. 고가 밑 광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열차가 지나갈 때마다 굉음이 울리는 광장은 찬양 소리와 술 취한 사람들의 주정, 싸우는 이들의 욕설이 한 데 섞여 소란스러웠다. 중독치료 프로그램을 위해 지방에 다녀온 사길사 이사장 임명희 목사가 다행히 시간 맞춰 도착했다. 임 목사는 여독을 풀지도 못한 채 마이크를 잡고 말씀을 전했다. 배고픈 사람들은 귀를 닫고 딴청을 피웠지만, 그의 목소리는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되어 시끄러운 광장에 힘있게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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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영등포역 고가 밑 광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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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귀를 닫고 딴청을 피웠지만 임명희 목사는 힘있게 말씀을 전했다.


“요한복음 1장은 생명이 빛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과학도 철학도 종교도 아닌 오직 생명만이 어두운 세상에 빛을 비추는 것입니다. 성탄절이 다가옵니다. 생명의 빛으로 오신 예수를 믿어 천국을 향해 살아가는 모두가 되길 바랍니다.”

짧은 설교를 마친 후 임 목사는 직접 한 사람씩 도시락을 나눠줬다. 지긋이 눈을 맞추고 손을 꼭 잡아 주는 것은 물론, 언제 씻었는지 모를 더러운 행색의 사람들을 끌어안고 기도를 해주기도 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임 목사를 편견이나 허물없이 대하는 듯했다. 놀라웠다. 세리와 창기, 문둥병자와 죄인들의 친구가 되어주셨던 예수님이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까.

“나는 ‘교회 목사’가 아니고 ‘동네 목사’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30여 년 동안 함께 지낸 친구들이고요.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욕을 먹고 협박을 당하고 집단 구타를 당하기도 했죠. 모두가 이곳에서 1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손가락질했지만 3년 정도 견뎌내니 비로소 영등포 뒷골목 목사로 인정해줬어요. 전쟁터 같은 곳이지만 그래도 이곳은 사람 냄새가 나는 곳입니다. 삭막하기 그지없는 바깥세상보다 훨씬 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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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목사는 지긋이 눈을 맞추고 손을 꼭 잡아 주며 직접 한 사람씩 도시락을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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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을 끌어안고 기도하는 임 목사. 자신을 ‘동네 목사’라고 소개하는 그는 쪽방촌 사람들이 30년 지기 친구라고 말했다.


임 목사는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도시락을 모두 나눠준 후 수레를 끌고 쪽방촌 안으로 향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주기 위해서다. 구불거리는 좁은 골목길 구석 집에 다다른 임 목사는 큰 소리로 “상득아 밥 먹자!”라고 외쳤다. 임 목사는 쪽방촌 집집마다 어디에 누가 사는지, 이름과 별명까지 꿰고 있었다. 그는 잠시 후에 문을 열고 나온 사람과 “옆집 사는 신현수가 코로나로 죽었다고? 망치 걔는 아직 안 죽고? 상득이 너는 죽기 전에 나한테 꼭 알리고 죽어”라는 대화를 나누고는 다음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에서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는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다.

코로나19는 쪽방촌과 노숙인에게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사길사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영등포 쪽방촌에 사는 주민은 466명이다.(2021년 8월 기준) 이 중 65세 이상 노령층 인구는 176명으로 주민 3명 중 1명이 노인이며, 고지혈증·고혈압·당뇨 등 다양한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위생상태도 심각하다. 대부분의 세대가 공동화장실을 사용하고 집안에 분뇨를 방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건 영양 부족.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이곳 사람들은 면역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전염병에 매우 취약하다. 사길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이유다. 최근 확진자 수가 7천 명대로 치솟으며 이곳에도 코로나19가 번지기 시작했다. 무자비한 감염병이 덮친 쪽방촌은 그 어느 때보다 흉흉한 기운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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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도시락을 모두 나눠준 후 수레를 끌고 쪽방촌 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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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화장실을 사용하고 집안에 분뇨를 방치하는 등 위생상태가 심각한 쪽방촌은 전염병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사막에 길을 내라
쪽방촌 사람들과 부대끼며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을 섬기던 임 목사도 결국 지난 7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무리한 사역으로 인해 폐 기능이 좋지 않던 그는 응급실에 실려가 산소호흡기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살았다. 그러나 쪽방촌 주민이나 노숙인들은 제대로 된 치료도 못 해보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임 목사와 사길사는 그들을 돕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이곳 사람들은 세상과 가족에게 버림받고, 자기도 자기를 버린 사람들입니다. 희망도, 이름도, 사랑마저도 잃어버린 채 멍하니 숨만 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자아가 약하기 때문에 중독에도 쉽게 빠집니다. 알코올이나 마약, 도박, 게임, 음란물 등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는 중독에 빠져 범죄를 저지르거나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교회가 이들을 돕지 않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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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목사는 쪽방촌 사역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겨우 회복했지만 그들을 돕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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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가난하고 병든 자, 소외된 자들을 위해 이 땅에 오셔서 그 속에 깊이 들어가셨다"고 말하는 임 목사는 오늘도 쪽방촌 깊숙이 들어가 굳게 닫힌 사람들의 마음 문을 두드린다.

영등포 쪽방촌은 내년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오랫동안 논의되던 도시 재개발 사업으로 영등포역 일대가 공공주택사업으로 정비될 예정이다. 밤마다 환하게 불을 밝히던 길 건너 홍등가의 윤락업소들도 전부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임 목사는 쪽방촌 철거 이후에도 어려운 이들을 계속 도울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역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가 시대를 재편하고 있다”며 “급격한 미래 사회 변화에 맞춰 복음이 필요한 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교회도 변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물을 지어놓고 사람이 오길 기다리는 교회는 더 이상 안 됩니다. 예수님은 가난하고 병든 자, 소외된 자들을 위해 이 땅에 오셔서 그 속에 깊이 들어가셨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찾아 교회가 거리로 나가야 합니다. 이 시대 교회는 기존의 틀을 넘어서야 해요. 사막에 길을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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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개발 사업으로 내년이면 영등포 쪽방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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