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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온 더위가 야속해"...고물가에 무더위 '이중고' 겪는 쪽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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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길사   조회Hit 253   작성일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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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2022.06.22. 정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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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주민 신동왕씨는 몇 달 전부터 체감할 만큼 오른 물가와 최근 시작된 무더위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2022. 6. 2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올해는 더위가 일찍 찾아와서 이렇게 살고 있어요. 선풍기 틀고 문 열어놓고…장마철에도 습도가 높아서 더워요. 참고 살아야죠."

자신의 방 안에서 속옷만 걸치고 있던 신동왕(65)씨는 기자의 방문에 급하게 옷을 차려입으며 이같이 말했다. 창문 없는 1.8평 크기의 방 문틈으로 열기가 새어 나왔다.

에어컨이 없는 방에서 신씨는 선풍기조차 마음대로 돌리지 못한다. 그는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로 "전기세를 아끼려고 2시간 틀고 1시간 끄고를 반복한다"며 "7월 중순부터는 35도 이상 올라가면서 더 더워질 텐데 그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른 지난 21일,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만난 주민들은 멈출 줄 모르는 물가 상승세와 본격화된 무더위에 지쳤다는 듯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A(81)씨는 "요즘엔 오전 11시만 돼도 활동하기 어렵다. 찬거리를 사러 시장에 가고 싶어도 더워서 나갈 자신이 없다"며 "결혼식 같은 행사가 있는 게 아니면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대화 도중 땀으로 촉촉해진 얼굴과 팔을 내보이며 "땀이 많이 나다 보니 여름에도 감기에 잘 걸린다"고 말했다.


일대 주민들은 급격히 오른 먹거리 물가로 인한 고충도 토로했다.

모든 끼니를 집에서 해결한다는 신씨의 이날 아침 반찬은 간 마늘, 생양파, 식초, 된장이었다. 조리 과정을 거쳤다고 할 만한 음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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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주민 신동왕씨의 아침 식사 반찬인 식초, 간 마늘, 양파, 된장. 2022. 6. 21. 

신씨는 기초생활급여 약 80만원을 받고 그 중 방세로 매달 28만원을 낸다. 그는 "몇 달 전부터 물가가 너무 올라서 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며 "가끔 고기도 먹지만 소고기는 엄두도 못 낸다. 열흘 전쯤 돼지고기를 먹은 게 마지막"이라고 했다.

신씨처럼 스스로 해결이 가능한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쪽방촌에는 무료급식소에 의지하는 이도 많았다.

기초생활급여 수급자 김모(65)씨는 하루에 2번씩 인근에서 무료로 배식을 받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이젠 생활비로 밖에서 사 먹거나 요리해 먹으려면 어림도 없다. 그나마 무료 급식에 주위 교회에서 김치라도 챙겨주니까 버티고 있다"며 "정부가 엉뚱하게 새 나가는 돈을 아껴서 취약계층 기초생활비를 올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등포역 인근에서 쪽방촌 주민 등을 돕는 사업을 하는 사단법인 '사막에 길을 내는 사람들'의 임예은 방송국장은 "주민들이 여름에 최대한 버티시도록 생수나 수박 등 간식을 챙겨드리려고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수급비를 올리거나 코로나19때처럼  취약계층을 상대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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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인근에 위치한 한 무료급식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2022.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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