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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굿뉴스, 폭우에도 '사각지대' 여전…쪽방촌은 아직도 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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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길사   조회Hit 45   작성일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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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폭우 피해로 폐허가 돼버린 한 영등포 쪽방 건물. ©데일리굿뉴스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서울 영등포 쪽방촌. 115년 만 쏟아져 내린 폭우가 수도권을 휩쓸고 간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수마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았다. 집 밖 맑은 날씨가 무색하게 쪽방촌 건물은 방금 비가 온 것 마냥 눅눅했다. 파리 수십 마리가 날아다니는 방에 들어서자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장판은 아직 젖어있었고 벽에는 시커먼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거리에 나서자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두꺼운 옷가지와 이불이 빨랫줄에 걸려있었다. 비에 젖은 물건을 말리는 모양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양동이와 바구니, 쓰레받기도 눈에 띄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비를 퍼낼 때 썼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급박했던 당시의 상황이 그려졌다.

쪽방촌 주민들은 여전히 폭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등포 쪽방촌에 산지 20년이 넘었다는 A씨는 “여기서 오래 살면서 비 때문에 이렇게 괴로웠던 적은 처음”이라며 “얼마나 끔찍했는지 이제는 물소리만 들어도 놀라서 심장이 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나 뿐만 아니라 여기 사는 모든 사람들이 아직도 고통 받는다”며 “한 번 비가 휩쓸고 가니깐 안 그래도 힘든데 이제는 견딜 수 없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하룻밤 새 잃어버린 터전

쪽방촌은 대체적으로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해 폭우에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 노후도가 심해 방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탓에 조금만 비가 내려도 곳곳에 누수가 발생할 정도다.

유독 심했던 지난 폭우는 쪽방촌에 치명타를 남겼다. 건물마다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물난리를 겪지 않은 집을 찾는 게 더 어려웠다. 얇은 시멘트벽은 무너져 내렸고 장판은 누수로 본래 모습을 잃었다. 건물을 새로 짓지 않는 한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이다.

날씨가 개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건물 대부분이 볕이 잘 들지 않는 음지라 자연건조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창문이 없는 곳도 많아 상황은 더 심각하다. 쪽방촌 주민들은 습기가 가시지 않은 방에서 곰팡이와 전쟁을 벌인다.

쪽방촌 주민 B씨는 “3일을 꼬박 청소했는데도 아직도 썩은 냄새가 풀풀 나서 방에 들어가기 무섭다”며 “폭우로 고생해서 그런지, 몸이 안 좋아진 건지 몸살이 났다”고 호소했다.

사단법인 사막에길을내는사람들(이하 사길사) 임예은 국장은 “날씨가 좋아지더라도 쪽방촌 주민들의 삶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폐나 기관지 등 호흡기 약한 사람들이 많은데 비가 온 후 더 심해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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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내린 폭우로 쪽방 내부 벽에 곰팡이가 슬었다. ©데일리굿뉴스
2차 피해도 눈덩이

침수나 낙수로 가전제품이나 생필품이 젖는 이차 피해도 크다. 영등포 쪽방촌 일대에는 유독 정전피해가 많았다. 심지어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곳도 여럿이다.

8년 동안 쪽방에 거주한 C씨의 경우 유일한 낙인 텔레비전이 고장 났다. 매끼 밥을 지어먹는 가스버너도 작동되지 않는다. C씨는 습하고 깜깜한 방에 들어가는 게 싫다며 노숙을 택했다.

C씨는 “순식간에 들이치는 비 때문에 쌀만 급하게 비닐로 싸서 건졌다”며 “살던 집을 손 쓸 방법이 없어 이제는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반지하 쪽방촌에 거주하는 D씨는 “얼마 있지도 않은 이불이랑 옷가지 몽땅 내다버리게 됐고, 핸드폰마저 빗물이 새어들어 고장나버린 상황”이라며 “잘 사는 사람들에게는 별 것도 아니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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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쪽방촌에 거주하는 D씨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모습. ©데일리굿뉴스)
재난지원금? 하늘에 별 따기

몸을 누일 곳도, 집기도 없는 상황에서 당장 의식주가 급급해진 쪽방촌 주민들은 재난지원금이 간절하다. 거주자 대다수가 기초생활 수급자일 정도로 생계수단이 딱히 없다.

‘자연재난조사 및 복구계획수립 요령’ 행정안전부(훈령)에 따르면 주택침수 피해에 따른 재난지원금은 실거주자에게 지급한다. 쪽방이 침수된 경우엔 쪽방 세입자가 일정기간 임대료를 납부하고 생활했다면 세입자에게 침수주택 수리비를 지급하는 게 원칙이라는 의미다. 아직까지 정확한 지원금액과 보상 시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 구청에서 침수 피해 가구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쪽방촌 주민들은 극심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신청을 포기하기도 한다. 집이 물에 잠겼다는 사실을 증명해야하는데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급박하게 물을 퍼내느라 사진 등을 남길 정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주민등록이 말소되거나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주거 증명이 어려운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원금을 둘러싸고 세입자와 집주인 간 갈등이 발생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실거주자에게 지급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도 있다.

임예은 국장은 “한 장애인 거주자의 경우 건물주가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지원금을 낚아채는 일이 있었다”며 “폭우로 피해본 세입자들에게 지원금이 가야하지만 현실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신청한다고 해도 모두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침수 피해 범주에 들지 못한다면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개인이 거주하는 방 안까지 물이 차야만 침수피해로 인정해준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27년 간 영등포 쪽방촌에서 거주하며 동네 반장 역할을 해온 E씨는 “비 때문에 공동 수세식 화장실이 넘쳐 복도와 공용 주방이 ‘똥물 바다’가 됐지만 침수로 인정받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공용 공간이 누수로 엉망이 됐는데도 피해 인정 못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해 보상을 받는 기준이 까다롭고 형평성이 부족하다”며 “우리처럼 힘없는 사람들은 보상 못 받아도 고초를 말할 곳도 마땅찮다”라고 원성을 높였다.

영등포쪽방상담소 김형옥 소장은 “건물 자체가 낡고 방수가 잘 안되기 때문에 자체 건물의 문제인지 침수 피해인지 구별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수해피해의 경계를 나누는 게 애매해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쪽방촌 관계자들은 지역사회가 재난에 대처하는 대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취약계층의 의식주와 연관돼 있는 시급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길사 최은화 사무국장은 “단순한 수혜적 지원을 넘어 주민들의 실질적 어려움을 듣고 다양하게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며 “지자체 기관과 관련 단체 등이 재난 상황에 보다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국장은 “폭우 이후 쪽방촌은 반지하 못지 않게 어려움이 많다”며 “천재지변인 만큼 미리 대비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조금 더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영등포쪽방상담소 김형옥 소장은 “영등포 쪽방촌 지역의 경우 재개발이 논의되고 있지만 빨라야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며 “그 전에 또 다른 폭우 피해가 없도록 하수구 정비와 모래주머니 구비 등 실질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데일리굿뉴스(https://www.goodnews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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